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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II / 사건·장소

프로토스는 왜 샤쿠라스를 스스로 파괴했을까?

작품·버전 범위: 공허의 유산 샤쿠라스 전역과 전후 대화. 과거 정화는 블리자드 공식 소개를 근거로 다룹니다.

스포일러 안내 샤쿠라스의 대피·파괴 결정과 마지막 방어전, 이후 대화를 다룹니다.

보라준이 샤쿠라스를 파괴하자고 했을 때, 아르타니스는 처음부터 찬성하지 않았다. 고향을 되찾으러 싸우는 프로토스가 또 다른 고향을 자기 손으로 없애겠다는 결정이다. 더구나 샤쿠라스에는 과거 저그를 몰아낸 젤나가 사원도 있었다.

그럼에도 보라준이 지키려 한 것은 분명했다. 살아남은 네라짐을 데리고 떠나되, 자신들의 고향을 아몬의 소굴로 넘기지는 않겠다는 것. 아르타니스는 그 결정을 받아들인 뒤 한 가지를 더한다. 행성을 잃어야 한다면, 그곳으로 몰려오는 적도 함께 잃게 만들자는 작전이다.

샤쿠라스를 보여 주는 캠페인 임무 화면샤쿠라스를 보여 주는 캠페인 임무 화면. 게임 © Blizzard Entertainment. 화면: 옷게 / 옷장 속 게이머, 원형 유지. 이미지 출처 ↗

주민을 구하는 싸움은 먼저 있었다

《공허의 유산》의 샤쿠라스 전역은 곧바로 행성 폭파로 시작하지 않는다. 첫 구출 임무의 화면을 보면 수도 탈레마트로스가 저그에게 침범당했고, 아직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이 남아 있다. 아르타니스의 병력은 감염된 발사장을 되찾아 이들이 떠날 길을 연다. 임무 끝에는 탈레마트로스의 대피를 마무리하라는 지시가 나온다.

따라서 뒤의 파괴를 주민들까지 남겨 둔 채 고향과 함께 희생시키는 계획으로 읽으면 순서가 달라진다. 먼저 사람들을 탈출시키고, 그 뒤에도 계속 적이 쏟아져 들어오는 세계를 어떻게 할지 결정한 것이다.

네라짐에게 샤쿠라스는 잠깐 머무른 피난처가 아니었다. 블리자드의 샤쿠라스 소개는 추방된 이들이 이곳에 정착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도시를 세웠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보라준의 선택에는 군사 거점을 버리는 것 이상의 무게가 있다.

고향을 버리자는 사람은 보라준이었다

대피 뒤 대화에서 보라준은 샤쿠라스를 되살릴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다. 아르타니스가 반대하자, 그녀는 이곳이 자기 백성의 고향이었다는 사실을 되짚으며 아몬에게 내주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다. 행성이 사라져도 네라짐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 뒤따른다.

샤쿠라스를 아몬의 소굴로 넘기지 않겠다고 아르타니스에게 말하는 보라준보라준은 행성의 상실과 백성의 생존을 나누어 말한다. 게임 © Blizzard Entertainment. 화면: 옷게 / 옷장 속 게이머, 원형 유지. 게시물 CC BY-NC-ND 4.0 이용조건은 아래 링크. 이미지 출처 ↗

이 대목은 아르타니스가 남의 고향을 일방적으로 폭파하기로 했다는 인상도 바로잡는다. 파괴를 먼저 제안하고 그 상실을 감당하겠다고 말하는 쪽은 네라짐의 대모 보라준이다. 아르타니스는 그녀의 결정을 받아들인다.

이번 사원은 정화가 아니라 과부하를 준비한다

예전에도 샤쿠라스에 저그가 왔다. 당시에는 우라즈와 칼리스 수정으로 젤나가 사원의 힘을 깨워 행성 표면의 저그를 정화했다. 위의 공식 소개도 그 전례를 확인해 준다. 사원의 힘으로 행성을 구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이번 작전의 설명은 다르다. 보라준은 사원의 위상 분광기를 과부하시켜 행성의 핵으로 에너지를 보내면 샤쿠라스 자체를 파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장에서는 에너지를 제어하는 세 개의 천정석도 파괴해야 한다. 행성을 보존한 채 표면만 정화하는 절차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우라즈와 칼리스 없이 사원을 조정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아르타니스아르타니스의 설명은 수정 없이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게임 © Blizzard Entertainment. 화면: 옷게 / 옷장 속 게이머, 원형 유지. 게시물 CC BY-NC-ND 4.0 이용조건은 아래 링크. 이미지 출처 ↗

아르타니스는 우라즈와 칼리스가 없어 사원을 조정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한다. 수정이 없는 상황은 분명하지만, 이 대사를 ‘그래서 정화는 어떤 방식으로도 절대 불가능했다’로 늘려 읽을 필요는 없다. 게임이 직접 보여 주는 것은 파괴를 택한 이유와 그 실행 방식이다. 옛 정화를 다시 시도했을 때의 결과까지 확정해 주지는 않는다.

아르타니스는 철수를 함정으로 바꾼다

사원을 과부하시킬 방법을 확인한 아르타니스는 차원 관문으로 더 많은 저그와 혼종을 끌어들이자고 제안한다. 충분한 적이 넘어온 뒤 사원을 폭발시키고 빠져나오겠다는 것이다. 보라준은 그만한 병력을 위험에 빠뜨릴 수 없다고 우려하지만, 아르타니스는 자신에게 맡기라고 답한다.

여기서 마지막 방어전의 목적이 선명해진다. 사원이 준비될 시간을 버는 동시에, 샤쿠라스의 상실을 아몬에게도 손실로 돌려주는 싸움이다. 고향을 내주지 않겠다는 보라준의 결단 위에 아르타니스의 유인 작전이 얹혔다.

파괴 뒤에도 보라준은 네라짐의 전통이 남는다고 말한다. 그 말은 고향이 없어져도 아무렇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사라진 행성이 전통을 이어 갈 사람들까지 데려가게 두지는 않겠다는 뜻에 가깝다. 칼라에서 벗어난 프로토스의 이야기와 함께 읽으면, 이 전쟁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 무엇을 잃고도 공동체를 이어 가는 일인지 보인다.

참고한 공식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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